경험하지 않은 이야기는 가사로도 쓸 수 없는가!

오마이뉴스에 '이종찬'씨의 우리나라 대중가요 노랫말 곱씹기.. 라는 칼럼이 떴다..

먼저 원문을 읽어보자.

"지가 총 맞아 봤어? 정말 웃겨!" - 오마이뉴스

내가 대중문화에 대해서 비평자가 아닌 단순한 소비자에 불과한 위치이고 그렇게 잘 아는 것도 아니지만

나도 한 마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글쓴이의 요지는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다양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중가요의 노랫말이

자극적, 선정적이고 올바르지 못한 한글 구사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에 개탄하며

그러한 가사가 청소년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내용을 백지영의 '총맞은것처럼'이라는 노래를 첫 예로 들어 전개하고 있다.


나도 글쓴이의 궁극적인 의도에는 어느저도 동감하는 바다.

인기있는 대중가요의 가사가 데스메탈 처럼 폭력, 죽음, 섹스, 마약으로 얼룩져 있다면

그걸 항시 듣고 사는 청소년들의 정신에 분명히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글쓴이가 예를 든

맞춤법이 틀린 것, 낱말이 틀린 것, 국적불명인 낱말, 영어와 모국어가 마구 잡탕이 된 것, 지나치게 선정적인 것 등의

가사에서 지나치게 선정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그토록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문제의식을 가져야 하는 부분인지는 의문이다.

우리가 음악을 듣고 그 가사를 인식함에 있어서 마치 국어책 읽듯이 정독이라도 하는가?

신문이나 책과 같은 매체에서는 당연히 위와 같은 말들을 사용하는 것을 지양해야 할 것이나

노랫말에서조차 그러한 기준을 지켜야 하는 것인가?

그리고 노랫말 이라는 특수성에서 노래의 운율이나 작사가가 표현하기 원하는 바에 의해서 적절히 낱말이 섞이거나

새로운 조어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문학 작품인 시에서도 이러한 맞춤법의 일탈이나 작가에 의해서 만들어진 단어가 사용되기도 한다.

그리고 지나치게 선정적인 것에서도 가사의 흐름과 전체적인 의미에 있어서 상당히 선정적인 것이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가슴 절절한 사랑과 이별의 노래에서 '총'이라는 단어가 하나 나왔다고 가사 전체와 작사가까지 문제시 해서는 안된다.


글쓴이가 예로든 '총맞은것처럼'의 가사에서 총은

이별에 의해 생긴 마음의 상처가 마치 총을 맞은 것처럼 너무나 고통스럽고 슬프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이다.

사람을 살상하거나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을 의미하기 위해서 사용된 총이라는 단어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한데도 불구하고 글쓴이는 '니가 총맞아 봤어?'라는 어조로 가사를 힐난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두 딸의 말을 들어 그 가사로 인해 청소년들이 총쏘는 것을 장난으로 생각하게 될 지도 모른다고 한다.

이것은 명백히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이다.

아니, 대체 글쓴이의 두 딸이 말하는 아이들 사이에서의 총질이 백지영의 노래 때문이라는 것을 어떻게 확신하는가?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의 가슴을 향해 손가락총질을 하는것.....

단순히 그 나이때의 남학생들의 짖궂은 장난기와 여자의 가슴에 대한 환상이 겹쳐져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행동이다.

백지영 노래의 총과 손가락총의 '총'이 같다는 것으로 그런 장난이 노랫말 때문이라고 단정지을 이유는 없다.

백지영의 노래가 있기 전에는 손가락으로 총 모양을 만들어서 그런 장난을 친 적이 없는가?

그렇게 따지면 아이들이 BB탄 모델건을 가지고 노는 것도 그 가사 때문이라고 하지...

그렇게 '총'이라는 단어가 문제시 될 수 있다면 극장가에서 인기 있는 헐리우드 블럭버스터 영화들에서 나오는

각종 범죄 장면과 과격한 폭력, 이 가사와는 비교할 수 도 없는 수많은 총질, 사방에서 터져대는 폭탄도 모두 문제가 될 것이다.


글쓴이는 70년대 청년 문화를 올바른 예로 들며 순수한 감성과 노랫말을 본받아야 한다고 하는데

그 시절은 웬만한 것이라도 직설적으로 말했다간 언제 어디서 잡혀갈 지 알 수가 없던 시대다..ㅡㅡ;;

돌리고 돌려서 원만하게 비유를 해도 걸고 넘어져서 금지곡으로 묶어버리고 가수를 체포하던 시대의 가사와

현대의 대중가요 가사를 직접적으로 비교해서 어느게 좋고 나쁜지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나는 조금이라도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내용을 보면 경기를 하듯이 반응을 보이는 몇몇 비평자들을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은 시대가 흘러가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과거의 좋았다고 생각하는 시절만을 음미하며

지금의 대중문화는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생각은 오히려 수백년 동안 우리 민족의 머리속에 뿌리내린 전통인 '선비정신'의 잘못된 발현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문화에서 점잖음과 체면을 유지해야만 한다는 고착된 사상이지 않은가?



p.s. (개인적으로는 70년대의 가사가 분명 아름답고 순수하기도 하며 원만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만큼 활기가 부족하고 어두운 노래들이 주류를 이뤄 대중과 사회에 대한 적극성이 부족한 시절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by 아일턴 | 2009/01/08 10:12 | 단상 | 트랙백 | 덧글(6)

트랙백 주소 : http://ayrton94.egloos.com/tb/1257273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저기 at 2009/01/08 10:17
오마이뉴스에 바라는 게 넘 많네
Commented by 아일턴 at 2009/01/08 10:40
너무 많은겁니까?
Commented by 천기누설 at 2009/01/08 14:34
아... 설마 총맞은것처럼이라는 표현을 갖고 시비를 거는 사람이 있단 말입니까? '총 맞은 것처럼'이 문학적 표현이라는 사실을 관가한 시비로군요..=_=
Commented by 아일턴 at 2009/01/08 20:00
정말로... 시비입니다 이건...
Commented by J H Lee at 2009/01/08 15:06
앞으로 노래 가사는 아드레날린이 어쩌구 에틸랜콜렌이 어쩌구 해서 심장이 두근거린다.

뭐 그렇게 써야 겠군요...


뭐 이런식으로 표현 하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이런 표현을 쓰는 것 같더군요.)
Commented by 아일턴 at 2009/01/08 20:01
무슨 의학 드라마 주제곡이 되어버리는 군요 ^^;;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