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2월 03일
최첨단의 인공위성 컴퓨터에 대한 환상 깨기
지구를 주회하며 지상에서 달리는 자동차의 번호판 까지 식별할 수 있는 인공위성, 유인 우주 발사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미국의 우주 왕복선, 그리고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고 아직도 더 건설해야 할 것이 남은 국제 우주 정거장, 이들 우주 시스템을 세간에서는 최첨단 우주 기술의 집합체라고 부르고 있다. 그리고 이들도 분명 프로그램으로 돌아가는 전자장비인 만큼 당연히 두뇌 역할을 하는 컴퓨터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최첨단의 우주 시스템에 들어가는 컴퓨터는 성능이 어느정도 될까? 우리가 하루라도 없으면 안될 정도로 붙어 사는 PC의 경우에는 요즘 쿼드 코어 CPU까지도 장착되고 있다. 날이면 날마다 CPU의 성능은 높아지며 그 교체 주기는 숨가쁠 정도로 빠르게 돌아간다. 지상에서도 이정도이니 우주에서는 더 높은 성능을 가지는 CPU가 사용될 것이라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러면... 요즘 평균적으로 사용되는 코어2듀오 정도일까? 에이... 그래도 최첨단이라는데... 최신 기술을 사용하지 않겠어?
라고 생각한다면.. 미안하다. 우주 시스템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 만큼 잘나가는 녀석이 아니다.
에? 그러면 대체 어떤 CPU가 사용되는거야?
가까운 예를 하나 들어보자. 2006년에 우리나라는 아리랑2호라는 실용급 위성을 발사한 경험이 있다. 햇수로 3년 전에 발사한 가장 최근의 인공위성인 아리랑 2호에 사용되는 컴퓨터 CPU는 무려...

386이다.
386? 90년대 태어난 아이들이라면 '그게 뭐에요? 먹는거에요? 우걱우걱'... 이라고 할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90년대 초/중반 삼성 알라딘을 필두로 국내 컴퓨터 시장에 나왔던 그 386이다. 아는 사람이야 알겠지만 혹시나 386의 성능이 감이 안잡히는 젊은 분들을 위해서 말해두자면 클럭 주파수가 16MHz인 CPU이다.... 2GHz는 기본으로 넘고 거기에 코어를 여러개 장착한 최신의 PC용 CPU에 비하면 정말 눈물이 앞을 가린다.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인 우리별 시리즈에서는 186 CPU가 사용되기도 했다. 이건 나도 구경도 못한 CPU다... 혹, 우리나라가 기술이 부족해서 저것 밖에 못쓰는 것 아니냐고 생각한다면 다행히도 저건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인공위성, 발사체 시스템의 공통적인 딜레마이니 너무 걱정 하지 마시기 바란다.
그렇다면 왜 저렇게 시대에 뒤떨어지는 CPU를 사용하는 걸까?
주된 이유는 바로 신뢰성이다.
인공위성과 같은 우주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한 번 발사하면 하드웨어적인 수리는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발사한 후에 고장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중, 삼중의 방어막을 펼쳐야(?) 하는데 CPU는 우주에서 쏟아지는 높은 에너지의 입자들에 의해서 고장이 발생할 확률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 높은 에너지의 입자들은 인공위성의 외벽을 뚫고 들어와 CPU를 치고 지나가면서 안의 회로를 태워먹거나 데이터를 손상시키고 명령을 혼란시켜 아주 치명적인 고장을 유발할 수 있다. 그렇다고 낮은 에너지의 입자들은 또 안전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낮은 에너지의 입자들은 그 나름대로 인공위성 구조나 CPU에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구조에 쌓인 에너지들은 일종의 정전기를 형성하게 되고 이 정전기의 전압이 일정 수준 이상 높아지게 되면 마치 번개가 치듯이 한번에 에너지를 방출하기 때문에 그 여파로 인공위성의 전자 시스템이 순식간에 셧다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CPU에 쌓이는 저에너지 방사선들도 그 방사선 수준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면 CPU를 말 그대로 죽여버린다. 우주 환경이라는 것이 이모양 이꼴이니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으려면 그러한 환경에 높은 내성을 가지고 과거에 철저히 검증된 부품을 사용하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나 우주 왕복선이나 국제 우주정거장의 경우 여차하면 커다란 인명 피해를 일으킬 수도 있으니 조심, 또 조심해야하지 않겠는가? 그러다 보니 특히 미국에서는 우주 환경에 확실히 검증되어 있는 386 CPU를 주로 사용하게 되고 수리를 위해서 이미 단종되어버린 386 CPU를 구하기 위해 경매 사이트까지 들락거린다고 하니 말 다했다.
그렇다고 386을 비롯한 우주용으로 사용되는 이 오래된 CPU들이 가격이 싼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우주용 CPU들은 위에서 설명한 우주 환경을 이겨내야만 하기 때문에 그에 관련한 특별한 기술이 적용되어 있던지 수 많은 시험을 거쳐서 정말로 튼튼한 녀석을 골라내던지 해야하기 때문에 단가가 상당히 높다.유럽에서 사용하는 ERC32 기반의 CPU들은 칩 하나에 천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참고로 이 CPU는 대략 486 정도의 성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낮은 성능의 CPU를 사용해도 그 복잡해 보이기만 하는 우주 임무들을 수행하는데는 크게 지장이 없다. 이유인 즉슨.. 우리가 사용하는 PC는 정말 수 많은 소프트웨어를 돌리기 위해서 범용적인 성능을 지녀야하는데 반해 우주 임무용은 정해진 그 하나의 성능에만 최적화 시키면 되기 때문이다. 높은 해상도의 사진을 찍는 정찰 위성도 사진의 높은 해상도는 카메라에서 담당할 뿐이고 CPU는 그 이미지 데이터만 받아서 압축한 뒤에 저장해 놓거나 필요한 경우 지상으로 뿌려주기만 하면 그만이다. 어떤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은가? 더 복잡한 우주 정거장 같은 경우에도 각각의 기능에 따라 CPU를 별도로 할당하여 분산 처리로 최적화 시켜놓는다.

<RAD750 Family>
그래도 최근에는 단종된 CPU의 의존도를 줄이고 높아져만가는 성능 요구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새로운 CPU를 개발하고 있는데 미국에서 개발하는 RAD750라는 나름 최신의 CPU의 처리 속도는 아직 800MHz에 머무르고 있다. 유럽에서는 자신들 만의 표준을 가지고 별도의 CPU 개발을 진행하는데 LEON3FX CPU의 경우에는 처리 속도가 42 MHz에 불과하다. 물론 우주용 CPU의 성능을 논함에 있어서는 클럭 수보다 다른 형태로 정의된 성능 측정 단위를 사용하기 때문에 클럭 수가 낮아도 기존의 시스템에 비해서 더 높은 성능을 끌어낼 수 있으니 너무 클럭에만 비춰서 성능을 논해서는 안되겠다.
앞으로 몇년을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지만 언젠가는 우리가 쓰는 PC도 그대로 우주로 가지고 올라갈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러면... 요즘 평균적으로 사용되는 코어2듀오 정도일까? 에이... 그래도 최첨단이라는데... 최신 기술을 사용하지 않겠어?
라고 생각한다면.. 미안하다. 우주 시스템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 만큼 잘나가는 녀석이 아니다.
에? 그러면 대체 어떤 CPU가 사용되는거야?
가까운 예를 하나 들어보자. 2006년에 우리나라는 아리랑2호라는 실용급 위성을 발사한 경험이 있다. 햇수로 3년 전에 발사한 가장 최근의 인공위성인 아리랑 2호에 사용되는 컴퓨터 CPU는 무려...

386이다.
386? 90년대 태어난 아이들이라면 '그게 뭐에요? 먹는거에요? 우걱우걱'... 이라고 할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90년대 초/중반 삼성 알라딘을 필두로 국내 컴퓨터 시장에 나왔던 그 386이다. 아는 사람이야 알겠지만 혹시나 386의 성능이 감이 안잡히는 젊은 분들을 위해서 말해두자면 클럭 주파수가 16MHz인 CPU이다.... 2GHz는 기본으로 넘고 거기에 코어를 여러개 장착한 최신의 PC용 CPU에 비하면 정말 눈물이 앞을 가린다.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인 우리별 시리즈에서는 186 CPU가 사용되기도 했다. 이건 나도 구경도 못한 CPU다... 혹, 우리나라가 기술이 부족해서 저것 밖에 못쓰는 것 아니냐고 생각한다면 다행히도 저건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인공위성, 발사체 시스템의 공통적인 딜레마이니 너무 걱정 하지 마시기 바란다.
그렇다면 왜 저렇게 시대에 뒤떨어지는 CPU를 사용하는 걸까?
주된 이유는 바로 신뢰성이다.
인공위성과 같은 우주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한 번 발사하면 하드웨어적인 수리는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발사한 후에 고장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중, 삼중의 방어막을 펼쳐야(?) 하는데 CPU는 우주에서 쏟아지는 높은 에너지의 입자들에 의해서 고장이 발생할 확률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 높은 에너지의 입자들은 인공위성의 외벽을 뚫고 들어와 CPU를 치고 지나가면서 안의 회로를 태워먹거나 데이터를 손상시키고 명령을 혼란시켜 아주 치명적인 고장을 유발할 수 있다. 그렇다고 낮은 에너지의 입자들은 또 안전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낮은 에너지의 입자들은 그 나름대로 인공위성 구조나 CPU에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구조에 쌓인 에너지들은 일종의 정전기를 형성하게 되고 이 정전기의 전압이 일정 수준 이상 높아지게 되면 마치 번개가 치듯이 한번에 에너지를 방출하기 때문에 그 여파로 인공위성의 전자 시스템이 순식간에 셧다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CPU에 쌓이는 저에너지 방사선들도 그 방사선 수준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면 CPU를 말 그대로 죽여버린다. 우주 환경이라는 것이 이모양 이꼴이니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으려면 그러한 환경에 높은 내성을 가지고 과거에 철저히 검증된 부품을 사용하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나 우주 왕복선이나 국제 우주정거장의 경우 여차하면 커다란 인명 피해를 일으킬 수도 있으니 조심, 또 조심해야하지 않겠는가? 그러다 보니 특히 미국에서는 우주 환경에 확실히 검증되어 있는 386 CPU를 주로 사용하게 되고 수리를 위해서 이미 단종되어버린 386 CPU를 구하기 위해 경매 사이트까지 들락거린다고 하니 말 다했다.
그렇다고 386을 비롯한 우주용으로 사용되는 이 오래된 CPU들이 가격이 싼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우주용 CPU들은 위에서 설명한 우주 환경을 이겨내야만 하기 때문에 그에 관련한 특별한 기술이 적용되어 있던지 수 많은 시험을 거쳐서 정말로 튼튼한 녀석을 골라내던지 해야하기 때문에 단가가 상당히 높다.유럽에서 사용하는 ERC32 기반의 CPU들은 칩 하나에 천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참고로 이 CPU는 대략 486 정도의 성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낮은 성능의 CPU를 사용해도 그 복잡해 보이기만 하는 우주 임무들을 수행하는데는 크게 지장이 없다. 이유인 즉슨.. 우리가 사용하는 PC는 정말 수 많은 소프트웨어를 돌리기 위해서 범용적인 성능을 지녀야하는데 반해 우주 임무용은 정해진 그 하나의 성능에만 최적화 시키면 되기 때문이다. 높은 해상도의 사진을 찍는 정찰 위성도 사진의 높은 해상도는 카메라에서 담당할 뿐이고 CPU는 그 이미지 데이터만 받아서 압축한 뒤에 저장해 놓거나 필요한 경우 지상으로 뿌려주기만 하면 그만이다. 어떤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은가? 더 복잡한 우주 정거장 같은 경우에도 각각의 기능에 따라 CPU를 별도로 할당하여 분산 처리로 최적화 시켜놓는다.

<RAD750 Family>
그래도 최근에는 단종된 CPU의 의존도를 줄이고 높아져만가는 성능 요구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새로운 CPU를 개발하고 있는데 미국에서 개발하는 RAD750라는 나름 최신의 CPU의 처리 속도는 아직 800MHz에 머무르고 있다. 유럽에서는 자신들 만의 표준을 가지고 별도의 CPU 개발을 진행하는데 LEON3FX CPU의 경우에는 처리 속도가 42 MHz에 불과하다. 물론 우주용 CPU의 성능을 논함에 있어서는 클럭 수보다 다른 형태로 정의된 성능 측정 단위를 사용하기 때문에 클럭 수가 낮아도 기존의 시스템에 비해서 더 높은 성능을 끌어낼 수 있으니 너무 클럭에만 비춰서 성능을 논해서는 안되겠다.
앞으로 몇년을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지만 언젠가는 우리가 쓰는 PC도 그대로 우주로 가지고 올라갈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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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9/02/03 10:29 | 우주 저 너머로 | 트랙백 | 핑백(2) | 덧글(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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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년까지만 해도 비록 메인 컴퓨터 CPU는 아니었지만 서브시스템 수준에서 Z80이 사용됐었습니다. ^^;
8086이랑 8088 다음에 80286이 아니었나보군요-.-;
아래 ydhoney님이 알려주신 링크에 186 프로세서 데이터가 있네요.
최소한 알아보기라도 하셨으면 참 좋았겠죠.
2005년에 방산무기 전시회를 가니 무려 xp가 굴러가는 콘솔이 있더군요.
뭐 미사일같은 분야에서는 여전히 386급이 잘굴러간다고는 합니다만... ^^;
구시대 유물만 쓰이는건 아니었군요...
여러가지 제논이 있나보네요;; 제가 직장에서 쓰는 워크스테이션에 Xenon이 찍혀있길래 그건 줄 알았습니다
이런.. 무식함이 만천하에 드러나버렸습니다 ^^;;
재미있게 봐주셨다면 그걸로 만족입니다~
하긴 빠른 cpu 굳이 있을 필요가 없다는...(인공위성에서 수치해석같은거 돌릴거 아니라면;;;)
저런 안정적인(?) cpu 개당 30만원 호가하는거... 없는거 구해다가 쓸수밖에 없다는군요.
역시 수요가 있고 공급이 없으면 가격은 천문학적...(아프리카 오지마을 고물상에 가면 굴러다닐텐데)
그나저나.. 남는 CPU좀 떼서 우리 줬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저런게 다 수출 제한 걸려있어서 미국산 CPU는 우리가 우주용으로 쓸 수 가 없어요;;
기술 개발할때 경제성이 논의가 안될수가 없지만 제2 제3의 구매처가 없다면 독자개발은 꼭 필요하리라 생각됩니다.
삼성에서 미국 TI사와 공동으로 개발한 알파칩 같은 CPU가 있었죠...
그리고 독자개발로는 현대에서 예전에 한창 펜티엄 나올때, 386인가 486급 호환 CPU를 자체 개발한적이 있었습니다...
뭐 이런저런 수지타산(개발비보다 사서 쓰는게 더 많이 남으니까) 맞춰서 더이상의 개발 포기한걸로 보이는데...
능력이 안되는게 아닌데, 좀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하지 않는게 아쉽습니다...
그리고 PC용 CPU가 아닌 산업용 CPU 기술은 어느정도 되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십여년전에 우리나라 모 기관에서 꿀벌정도의 지능을 가진 CPU를 만들었다는 뉴스도 들었던 기억도 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