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위성의 충전지는 용량의 절반도 사용하지 않는다.

인공위성은 수 많은 전자 부품의 집합체이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작동을 하기 위해서는 전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우주를 떠다니는 인공위성에다가 220V 짜리 전원 코드를 달아서 전기를 공급받게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태양전지를 사용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 태양전지가 만능이 아닌 것이, 인공위성이라는 물건이 궤도에 따라서는 하루에 십 수번씩 지구 그림자에 숨어들게 되는지라 '태양빛이 없으면 무능한' 이라는 타이틀을 패시브로 달고 다니는 태양전지는 그러한 상황에서 짐짝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인공위성은 태양전지 외에도 우리들이 익히 알고 있는 전지, 즉, 배터리를 싣고 올라가지요.
<NiH2 배터리(좌)와 Li-Ion 배터리(우) from Eagle Pitcher>

이 배터리는 인공위성이 지구의 그림자로 태양빛을 받지 못하는 기간 동안 전력을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다시 태양빛을 받을 수 있는 위치로 빠져나오게 되면 태양전지에서 생성된 전력의 일부가 이 배터리에 충전됩니다. 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충전지가 되는 거지요. 우주용 배터리도 내부 전해질 타입은 일반 충전지와 다를 바 없습니다. 니켈-카드뮴, 니켈-수소, 리튬-이온의 전지가 많이 사용되고, 최근 소형위성에서는 리튬-폴리머 배터리도 종종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인공위성용 배터리는 실제 사용될 때에는 자기 용량을 다 사용하지 않습니다. 100 이라는 용량의 배터리를 가지고 올라가면 많이 써봐야 50 정도 쓰게 되지요. 그럼 왜 사용하지도 않을 50이라는 용량을 덧붙여서 만드는 걸까요? 배터리가 커지면 당연히 무거워지고 그러면 발사하는데도 돈이 더 많이 들텐데요.

이유는 바로 배터리의 수명 때문입니다. 보통 우리가 사용하는 2차 전지의 수명은 충방전 횟수로 나타내기도 하지요. '몇 만회 충방전 가능' 이런 식으로요. 그런데 횟수와 함께 또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 배터리의 방전 정도입니다. 다시 말하면 얼마나 많이 쓰고 충전하는지가 충전 가능한 횟수를 결정한다는 것이죠. 방전 정도가 크면 클 수록 충전 가능한 횟수가 드라마틱하게 줄어들고 따라서 배터리의 수명이 단축됩니다. 이 때 배터리의 방전 정도를 방전 심도, 또는 (Depth of Discharge; DOD)라고 하며, 퍼센트 수치로 나타내게 되어있습니다.
위의 그래프는 니켈-수소 배터리의 DOD에 따른 배터리 충방전 횟수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가로축이 DOD, 세로축이 충방전 가능 횟수를 나타내는데요. 그래프는 직선처럼 보이지만 세로축 스케일을 보면 DOD가 클 수록 배터리의 수명은 급격하게 단축된다는 것을 알수 있지요. 100% 방전 했다가 충전하는 사이클을 반복하게 되면 5000회도 사용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인공위성의 배터리를 설계할 때에는 이러한 수명을 고려하여 임무 기간 동안 배터리가 살아있을 수 있도록 DOD의 최대값을 정하고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절대로 그 수치를 넘어가도록 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용하지도 않을 용량을 가지고 올라갈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끝내기 전에 위 그래프를 보면서 간단히 인공위성 배터리 DOD 설계를 해보도록 합시다. 인공위성 궤도의 고도가 약 700km라고 한다면 궤도 주기는 약 100분. 그러면 하루 24시간 동안 인공위성은 지구를 14.4바퀴 돌게 됩니다. 1년이면 5256회, 인공위성의 임무 기간을 3년이라고 하면 대략 15700회 이상 충방전을 하게 되겠네요. 위의 그래프를 보면 DOD가 48% 정도면 약 16000회의 배터리 수명이 나옵니다. 여기에 만일을 대비하여 여유롭게 DOD를 선정한다고 하면 40% 정도가 적절하겠네요. 즉, 이를 통해 인공위성이 태양빛을 못 받는 궤도 상의 약 30여분 동안 인공위성이 사용하는 전력은 배터리를 40%이상 방전시키면 안된다는 요구조건을 세울 수 있습니다.

by 아일턴 | 2009/07/30 21:34 | 우주 저 너머로 | 트랙백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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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미친과학자 at 2009/07/30 22:13
으흠, 그렇다면 극궤도를 도는 위성과 정지궤도를 도는 위성은 전지수명에 차이가 있다는 추론이 가능해지는군요. 맞는건지.
Commented by 아일턴 at 2009/07/30 23:26
충방전 횟수로 산정하는 배터리 수명에선느 차이가 나겠지요
정지궤도위성은 식기간이 많지 않으니까요.
Commented by 戰鬪態勢 at 2009/07/30 22:15
40%라 나사나 여러 우주엔지니어들이
꽤나 속썩이겠는데요 이거;;
(기대 수명을 몇년씩이나 연장해먹는 우리나라의 위성기술에 다시 감탄)
Commented by 아일턴 at 2009/07/30 23:28
아리랑 위성의 경우에는... 3년 임무 수명에 DOD 25%로 맞춰서
6~7년은 가뿐히 쓸 수 있게 설계를 하지요...
그래서 아리랑 1호도 임무 수명 이후에도 한참을 더 썼었죠?
사실 몇 년 더 쓸 수도 있었는데 말입니다 ㅋ
Commented by 아케르나르 at 2009/07/31 07:42
이번 위성 임무 연장 뉴스를 보고... 이 나라가 부려먹는 건 사람이나 기계나 똑같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Commented by 아일턴 at 2009/07/31 08:25
ㅎㅎ일하다 지쳐 쓰러질 때 까지 부려먹는 나라니까요 ^^;
Commented by 호시나상 at 2009/07/31 09:20
아직 니가 생각하는 우주여행은 윤회의 시간을 몇 번 거쳐야겠구나.
아님 아예 다른 세상에서 태어나던지... 쩝...
Commented by 아일턴 at 2009/07/31 09:58
항상 말하지만 그거슨 머나먼 이상향... ㅠ_ㅠ
Commented by 요츠바랑 at 2009/07/31 09:55
전 진짜 우주시대가 기대되는데 ㅠㅠ
Commented by 아일턴 at 2009/07/31 09:59
죽기 전에 우주 시대의 초입 정도는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ㅠ_ㅠ
Commented by shaind at 2009/07/31 17:55
저 DOD이야기는 메모리 효과가 없는 납산이나 리튬이온전지 같은 전지 이야기 맞나요?
Commented by 아일턴 at 2009/07/31 19:21
메모리 효과가 있는 니켈 계열 전지에도 적용되는 이야기라지요.
Commented by Alias at 2009/08/02 10:02
사실 하이브리드 승용차도 마찬가지로 운용됩니다. 완충완방 모드로 가면 배터리 수명이 줄어들기 때문에 실제 사용하는 대역보다 더 많은 용량을 탑재하죠.
Commented by 아일턴 at 2009/08/02 21:38
주기적인 충방전이 필수인 시스템에서는 항상 고려해야 하는 문제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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